먼저 영화를 보시지 않을 분들을 위한 노 스포일링 요약정리
- 내용이 이어지진 않지만, 기존 시리즈를 보아야 영화 이해가 쉬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기존 시리즈를 단 한 편도 안 본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각 작품이 옵니버스 방식의 시리즈임은 여전합니다.)
- 볼 때는 스포일링인 줄 전혀 모르지만, 4편을 먼저 보고 1~3편을 보면 '아 그거 스포였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 기존의 FD 시리즈보다 잔혹한 장면의 표현이 강한 편입니다. 주의해주세요.
- '탐폰'이 뭔지 알고 가시면 더욱 재밌습니다.
*이 아래에서부터 <Final Destination> 시리즈 1,2,3편의 내용 누설은 치명적이지 않은 수준으로 포함되었으나 4편의 내용누설은 최대한 걸러낸 4편 리뷰가 시작됩니다.
Memento mori
'당신도 언젠간 죽을 것임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라틴어 표현
당신은 어릴 적에 '삼단 논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나는가?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와 '인간은 모두 죽는다. 라는 두 문장이 결합하여,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낸다. 논리적으로 두 명제가 결합하여 논리적 정합성이 일치하는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삼단 논법을 배울 때,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는 명제를 사용한다. 이는 이 명제가 절대로 옳은 참, 수학으로 치면 공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간, 동물, 생물은 언젠간 죽는다. 그리고 그 죽음은 죽음을 맞이하는 이에게는 때로는 경건한 것이어서,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유명한 구성원인 동시에 쉽게 친해지거나 말을 걸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많은 영화에서 '죽음'을 수많은 방식으로 다뤄왔지만, 영화마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다르다. <Final Destination> 시리즈는 그 '죽음'에 접근하는 방법이 가장 독특한 영화로, 시리즈 1편이 2000년에 개봉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영화 시리즈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죽음을 '경건'하게 다룬다. 환자의 죽음은 '슬픔'이고, 동료의 죽음은 '분노'이며, 무고한 사람의 죽음은 '악의 소행'이자 '정의감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FD의 죽음은, 인간 내면에 언제나 존재하는 순수한 '공포' 그 자체이고, 죽음이 당신을 죽이기로 정했다면 당신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인 규칙이다. (소설 <죽음의 중지>의 죽음과 FD의 '죽음'을 겹쳐서 보면 재밌을 것이다.)
어찌 보면 죽음을 너무 쉽고 가볍게 유희거리로 다룬다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영화다. 그러나 그 어떤 문화 작품에서도 접하지 못한 방식으로 죽음에 접근하니 - FD는 괴물영화보다도 더 캐릭터의 죽음이 기대되는 영화 아닌가! - 관객은 오직 이 시리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것이다.
매너리즘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시리즈는 언제나
*1) 다음과 같은 플롯을 따라 진행된다.
- 대형 참사가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가 난다.
- 주인공은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에 그 참사를 '보고' 약간명의 사람을 구한다.
-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참사에서 죽었어야 할 순서대로 죽기 시작하고, 그 죽음의 방식이 주인공에게 예시나 암시 등의 방법으로 보인다.
- 주인공 일행은 '죽음이 계획대로 사람을 죽이려는 시도.'를 막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 마침내 죽음의 계획을 막아내고 주인공은 살게 된다. (6. 그래도 다 죽긴 죽는다.)
*1) 물론 시리즈의 작품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놀라울 만큼 '전형적으로' 진행되는 시리즈임은 사실이다.
10년(!)씩이나 시리즈가 계속되면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거나 매너리즘에 빠져서 혹평을 받을 만도 한데, 이 시리즈는 3편, 4편을 오더라도 시리즈의 매력은 그대로 갖추면서 항상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4편의 메가폰은 다시 2편의 감독인 데이비드 엘리스(David Richard Ellis)가 잡았다. 1편이 '죽음은 다시 온다. 그것도 예술적으로.'라는 키 아이디어를 잘 살려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면, 2편은 '대형 참사는 화려하게, 죽음은 예술적으로, 그것도 조금씩 조금씩 표현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 1편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전개된다.
필자는 1,3편보다 2편의 깔끔함이 더 좋았는데, 4편에서는 역시나 2편에서 봤던 특징들이 여기저기 다시 나타난다. 특히 아무것도 아닌 암시와 장치들로 관객 맘 잔뜩 졸이다가 죽지 않고 지나가나 싶었지만, 결국 끝에 허무하게 사람이 죽게 되는 씬을 보면, 잔뜩 긴장한 마음을 놓았더니 끝에 가서 철렁! 그때의 감각은 소름 돋는 매력이 느껴진다.
<쏘우> 등 '본격 고어 쇼'라 할 만한 영화가 흥행해서일까?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여 온' FD 시리즈보다 전보다 한층 사람의 '시체'를 표현하는데 능숙해졌다. 전작들보다 '낮'이나 '밝은 곳'에서 죽는 사람이 많은 이번 시리즈는 피와 살이 쉴 새 없이 스크린에 튀어 오르니 비위가 약한 분들은 주의해 주시길.
그리고 시리즈 팬들이라면 환호할 만한 소식 한 가지. 영화가 시작할 때 - 모터 레이스 경기장 씬이 끝나고 나온다. - 영화 제목과 함께 나오는 오프닝 스텝롤은 X-ray 풍의 장면들로, 여러 사람이 - 물론 보이는 건 뼈뿐 - 여러 방식으로 죽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죽음들은 모두 기존 FD시리즈의 '죽음'들이니, 시리즈 팬이라면 기뻐하며 보아도 좋다.
기존 시리즈보다 - 관객에게도 주인공에게도 - '암시'가 좀 더 확실하고 깔끔해졌으며, 피가 조금 더 튀는 것 같으면서 화면이 깔끔해져 1편과 비교해보면 정말 '용이 된' 이번 작품도, 캐릭터의 죽음을 통해 재미를 보는 인간 내면의 변태성을 훌륭히 만족시켜줬다. 5편이 기대된다.
여기서부터는 영화 내용에 관한 잡담입니다. (스포 있습니다.)
- 오프닝 스텝롤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4편을 보기 전에 아직 못 봤던 1편을 후다닥 보길 정말 잘했어요.
- 또 최종 생존자가 없는 것은 유감입니다. 1편에서 살아남고 2편에서 죽은 그 아가씨나, 2편 마지막에 살아남는 커플 외에는 정말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규칙의 절대성 면에서는 만족스럽지만요.
- 생각해보면 쇼핑몰의 사람들은 주인공 덕분에 '죽음을 피한' 건데, 이걸로 또 FD를 찍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 그런데 3편의 축제 사고씬도 그렇고 4편의 (일어나진 않았지만) 쇼핑몰 화재도 그렇고, 주요 캐릭터와 관계없는 사람들도 자꾸 죽는 것 같아서 신경쓰입니다.
- 모터 레이스 경기장을 나와서 다들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타이어가 날아오는 장면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왔던 장면이지만 다시 한 번 섬뜩했어요.
- 견인차 불 쇼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FD의 개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 돌을 던지고 놀던 아이들은 자기 어머니를 죽인 돌이 자기들이 던진 돌이라는 걸 알까요?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헌트 바지벗어 우쮸쮸쮸 (물론 벗었으면 맨살이 빨려 들어가서 더 빨리 죽었을 것입니다.)
- 에스칼레이터 장면은 정말 최고였어요.
- 영화 보는데 극장에서 사고가 나는 건 기분이 미묘했습니다.
- 안전제일. 하지 말란 건 하지 말고 지키란 건 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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