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름이 오면 꼭 봐야겠다고 학수고대했던 영화가 몇 편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해운대>,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업> 등이 그 영화이고, 오늘 개봉일 조조로 보고 온 <차우>도 위 영화들과 함께 몇 달을 기다린 - 혹은 기다리는 - 영화 중 한 편이었습니다.
워낙에 괴물영화 장르에 열광하는 저라서 - 괴물이 좀비면 특히 더 열광합니다 - <차우>에 거는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는데, 글쎄요,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건지 아니면 제 시각이 비뚤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차우>는 제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였습니다.
* 본 경고 아래에 작성되는 내용은 영화 <차우>의 내용을 미약하게나마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스포일링마저도 싫은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의 편의를 위하여 존댓말을 생략하겠습니다.

괴물영화 팬들은 한국에도 괴물영화의 소재와 배경으로 쓰일 수 있는 요소가 많음을 지적한다. 이무기 전설을 소재로 한 <D-War>와 한강의 구석지대를 배경으로 한 <괴물>은 보는 이에 따라선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영화이긴 하나, 적어도 필자는 괴물 영화로서는 꽤나 실험적이며 의미 있는 시도였고 나름의 방식으로 성공적인 성과 혹은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차우>는 농가습격(!) 등의 뉴스로 친숙한 '멧돼지'를 괴물영화의 소재로 승화시켰다. 사실 거의 모든 생명체 혹은 객체는 크기변화나 흉포화 등을 적절하게 가미하면 얼마든지 괴물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 이런 영화도 있다 - <차우>의 거대멧돼지라는 캐릭터나 시골이라는 배경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 <차우>의 중요 점은 평범(!)한 소재와 배경을 얼마나 잘 살려내고, 소재와 배경과 캐릭터 사이사이에 재미를 어떻게 연결해 나가느냐에 있었다.
도스팡고멧돼지하면 떠오르는 것이 돌진인데, <차우>는 특유의 우직함과 튼튼함을 잘 살려낸 장면들이 곳곳에 보였다. <차우>에는 유난히도 추격장면이 많은 편인데, 멧돼지라는 캐릭터가 사냥감을 추격하는 장면에 상당히 잘 어울림을 오늘 느꼈다. 캐릭터들이 괴물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에 설득력이 더해진달까?
그 우직함 역시 거대 멧돼지가 사람들 앞에 처음 등장하는 마을회관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폐쇄적인 공간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 멧돼지에 당황하는 마을 사람들은 <괴물>의 초반에 한강 시민공원에 괴물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달아나는 것과는 비슷하나, 개방적인 공간이 아닌 폐쇄적인 공간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괴물의 위압감이 더욱 대단하였다.
특수효과는 <트랜스포머> 같은 고급 CG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당연히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나, 애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무난한 수준이었다. (일부 장면에선 모형을 쓰고 동적인 장면에서 CG를 사용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확실히 실험적인 시도에서 얻은 것은 많았으나, 전체적으로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이다.
<차우>를 감독한 신정원 감독의 작품 중 <시실리 2km>는 유머 센스나 독특한 구성 면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시실리 2km>에서 호평을 받은 코미디적 문법을 <차우>에게 과도하게 대입하여, 결과적으로 <차우>는 다리가 여섯 개쯤 달린 멧돼지가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점이 여럿 있다. 그 중 하나가 '과도한 유머'였는데, 내가 지금 몬스터 무비를 보러 온 건지 희극을 보러 온 건지 분간이 안 간다. 몬스터 무비를 보러 온 것 같은데 몬스터는 안 나오고, 희극을 보러 온 것 같은데 어설픈 긴장감과 웃음이 혼합되어서 편하게 웃을 수가 없다.
적절한 웃음은 영화의 풍미를 높여 주지만, 괴물영화에서 어설픈 유머는 괴물이 관객들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특히 다섯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거대 멧돼지를 사냥하고자 입산한 이후에 나오는 유머들은 이제는 느껴져야 하는 긴장감이 관객을 덮치는 것을 계속해서 방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입산 전의 장면들이 마냥 유쾌하게 잘 빠진 건 아니다. 후반부에는 출연조차 없는 캐릭터들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괴물 멧돼지를 보여주는 것을 너무 꺼린 나머지 영화의 시작이 너무 느려졌다. 위에서 호평한 마을 회관 습격 장면에서, 멧돼지가 마을 회관에 들어오려고 할 때, 당신도 필자처럼 '어서 들어 와서 뭔가 보여 주라고! 난 너무 많이 기다렸어!'라고 속으로 외쳐야 한다면, 그다지 유쾌하진 못할 것이다. 아닐 것이다. 괴물을 굉장히 빨리 보여주어 관객을 놀라게 한 <괴물>과는 정반대의 노선을 택한 것 같은데, 미뤄도 너무 많이 미루어서 이젠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이 멧돼지를 기다려야 한다니, 이건 괴물영화가 맞는 걸까?
시도도 좋고 신선한 면도 많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다보니 정작 보여야 할 것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실리 2km>를 기대하는 분께는 재밌을지도 모르겠으나, <괴물>이나 <그렘린 2>를 기대하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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