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요제 음반을 사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방사수도 못해놓고 왜 음반을 샀느냐고 물으면, 지름신이 왔다고밖에 답할 수 없다. 정말로 갑자기 보여서 갑자기 샀다. 뭐, 맘에 드는 곡도 있었으니까 후회는 없다.
Tr.1 <괜찮아 (언제까지나 널 사랑할 건 아니었으니까)> by 겨울모기
처음에 듣고서 살짝 어이가 없었던 곡. 남자가 너무 이기적이랄지, 자기 위주라고 할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 건지 알 수 없었달까. 사랑이란 감정에 아직 미숙한 대학생을 잘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잘 표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신선함 하나는 발군.
겨울모기가 한예종에서 온 참가팀이었던 것 같은데, 한예종 화이팅.
Tr.3 <지금이야> by Stunnaz
우리 연세학우의 곡이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신날 대로 신난 상황에서 들으면 좋았을 것 같은 곡인데 순서가 안 좋았달까. 김영득 씨의 <One Night Fiesta> 다음에 나왔다면 아주 다른 반응이 나왔을 거로 생각한다.
곡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아주 약간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항상 3번 트랙을 들을 때쯤, 내가 '프로 아티스트'의 음악을 기준으로 삼고서 '대학생'들의 참가곡을 듣는 것 같아서 약간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후반부의 's, t, u double n a z 네가 즐겨야 할 때 바로 지금이지.'는 만족스럽다.
Tr.4 <Fall in U> by 폴라로이드
듣자마자 자우림의 <애인 발견!!>을 떠올린 사람이 나 하나 뿐은 아닐 것이다. 재즈풍 멜로디에 읊조리는 자기 마음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2분 26초쯤에 곡 분위기를 살짝 바꿔주는 게 일품. 그러나 <애인 발견!!>의 신나는 분위기가 자꾸 생각나서 좀 미안하다.
Tr.6 <Stand Up> by 퍼플 시티
무게감 있는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곡답게 신나고 힘이 넘친다.
Tr.7 <없네> by 유선준
이상하게 계속해서 듣게 되는 곡. <군계무학>이 더 좋아서 산 음반인데, 요즘에는 이 곡을 더 자주 듣게 된다.
'없었네 그 어디에도 난 절대 못 봤네 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이리도 보고 싶은데 그렇게 떠나가 버리면 나는 어쩌나요'저 후렴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뭔가 에리는 걸 보면, 이건 '내 맘에 드는' 나를 위한 노래인 것 같다.
Tr.8 <좋겠다> by 지익환
솔직히 처음에는 손발이 살짝 오글라드는(…) 곡이었지만, 몇 번 듣고 나니 그 '순수함'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근 들어 정말 이렇게 '순수한' 곡을 들은 일이 얼마 없긴 했다.
Tr.9 <꿈으로 간다> by 유니콘 밴드
<군계무학>, <없네>와 함꼐 가장 맘에 든 세 곡 중 하나. 자기만의 세계에서 꿈을 노래하는 듯한 모습이,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인 필자로선 매력적으로 보일(들릴?) 수밖에 없었다. 듣는 동안은 흥겨우면서, 듣고 나서 찾아오는 차분함이 매력적. 쉽게 말해 완전 필자 취향의 곡이다.
Tr.10 <African Charlie> by 황유정
곡이 좋은 건 인정하지만, 필자의 취향이 아니라서 그다지 안 듣는 곡. 그래서 선호도도 낮다. 그래도 곡이 좋다는 사실은 (취향을 떠나서) 인정할 수 있다.
Tr.12 <군계무학 (鷄群無鶴)> by 이대 나온 여자
닭들 사이에 학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학 가요제 방송을 뒤늦게 봤을 때는 이 곡은 닭들 사이의 유일한 학이었다. 개성 넘치는 곡이었고, 2000년대를 살아가는 소위 '개새끼 20대'들의 심정을 솔직하게 노래해준 게 고마웠다. 노래방에 들어왔으려나?
Tr.13 <One Night Fiesta> by 김영득
마지막에 분위기도 띄웠고, 비슷한 장르의 참가곡이었던 <지금이야>보다는 약간 더 나았고, 들으면 들을수록 필자 취향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수상권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오빠밴드와 함께 분위기를 잘 띄운 게 컸던 것 같다.
이 음반은 대학 가요제가 음악계에서 어떤 위상을 갖는지 조금도 모르는 필자로선에겐 '맘에 드는 곡이 많아서 사게 된 컴필레이션 앨범'에 불과하다. 혹시 '대학가요제는 어쩌구 저쩌구' 하실 분들은 멀리 가주세요.
만약 필자가 시상을 한다면 대상은 <군계무학>, 금상은 <African Charlie>, 은상은 <꿈으로 간다>, 동상은 <없네>.





덧글
잘 읽었습니다 :)
인터넷의 힘은 대단하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