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디스트릭트 9> : 비인간(적) 생명체 접근 금지 2009/10/16 12:14 by SilverRuin



  올 여름 북미 개봉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디스트릭트 9>을 어제 보고 왔습니다. 몇몇 장면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가 된 게 굉장히 아쉽지만, 정말 엄청나게 Issuable한 작품이더군요.

  *본 리뷰는 스포일링을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니는 글이니까 아직 안 보신 분은 주의하세요.


  Is it REAL? Yes! Yes?

  영화는 D9에서 일어난 비커스 사건(제가 임의로 명명한 겁니다)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는 큰 틀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D9에 대하여 설명해주고, D9 주거외계인 이주작전 때 촬영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이런 다큐멘터리적인 영화 구성이 중반까지 이어져, 주인공 비커스가 MNU의 실험실에서 빠져나와 D9에 들어갈 때까지 이어지고, 거기서부터는 비교적 영화적인 구성이 많이 나오나, 여전히 TV 뉴스 장면처럼 화면을 구성하는 등, 언제나 '이것은 현실이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터 잭슨의 전작들이 철저하게 '허구적인 영화'였던 것과는 대조적이기도 하며, <D9> 하나만 보더라도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입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이건 영화지만 굉장히 현실적이야. 그렇지?'라고 계속 매달려서 물어봅니다.

  그렇게 '현실적'인 영화가 고발하는 인류의 모습은 '비인간은 꺼져!'라고 말하는 포스터가 부끄러울 만큼 '인간적이지 못한' 모습들 뿐입니다. 외계인을 비하하여 부르고, 갱들은 외계인을 착취하고, 용병들은 외계인을 죽이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MNU는 외계인들을 생체실험합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비인간성이 고발되다 보니 마이클 무어가 약간 생각나기도 하는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큐멘터리 느낌만 마냥 나는 건 아닙니다. 오락 영화로서 상당히 괜찮은 중후반 시퀸스가 포진하여 있고, 전체 이야기 자체가 이미 '허구'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영화 전체는 다큐멘터리 형식이지만 '비커스 사건' 다큐멘터리에 'D9 이주 작전' 녹화 영상, MNU 내부 기밀 자료인 실험 영상, CCTV 영상들을 '조합'한, 영화를 제외한 현실에 존재하는 영상매체 양식을 모두 활용하였기 때문에, 정말로 '영화적'으로 느껴집니다. (말이 너무 이중적인가요?^^)


  결말에 관하여

  저는 철판(?)을 이용해 꽃을 만들던 외계인이 변이가 완료된 비커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샤라의 집 앞에 꽃을 놓아둔 건 비커스라기보단, 비커스와 (어떤 방식으로든) 친분이 있는 사람이 대신했을 거라고 보고요.

  그렇다면 생기는 의문점들. 비커스는 외계인 함선 출항(!) 사건 후 변이가 완료되기 전까지 어떻게 지냈을까요? 출항 직후에 분명히 D9 거주민을 D10으로 옮기는 작전이 이루어졌는데 말이죠.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비커스를 용병에게서 구해준 외계인들이 마찬가지로 이주 작전 때도 도와줬다면, 그들은 '왜' 비커스를 도와준 걸까요? 함선 출항에 비커스의 도움이 컸고 그것이 비커스덕분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3년 후 크리스토퍼가 돌아왔을 때 - 물론 전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 비커스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의 아들이 비커스와 친했으니까요.
  문제는 돌아와서, 크리스토퍼가 '뭘' 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문제라면 당연히 '전쟁' 혹은 '국제 분쟁' 정도를 예측해보겠지만, 그 외계인들에게 상식으로 자리 잡은 '외계 분쟁 해결 방법'을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정말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비커스의 '치료'는 의미가 없잖아요?
  설령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비커스가 치료가 된다 하더라도, 비커스가 '인간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인간 사회가 얼마나 냉혹한데.

  <D9>에서 외계인들은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계급'에 해당합니다. 현대 사회가 민주 사회라곤 해도, 금전적으로든 학벌적으로든 계급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비커스는 '성공궤도를 달리다가 추락하는 사람'의 대표자가 됩니다. 성공자들의 목소리였던 그가 실패자(=외계인)이 되어 그들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입니다. 비커스 자신이 '다시 성공하고 싶어서' 돕는 거니까요.


  What if

  만약 비커스가 MNU 실험 시설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외계인 DNA 실용화에 실패하면 비커스는 그냥 '개죽음'당한 걸로 끝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성공한다면? MNU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강한 기술을 '독점'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군수산업이 아니라, 외계기술을 활용한 여러 분야의 기술 발전도 생각한다면, MNU의 성장은 엄청날 것입니다. 저는 그 모습이 <Final Fantasy VII>이나 <Final Fantasy VII : Crisis Core>에서 마황 에너지를 독점한 신라 컴퍼니와 비슷하리라 예측해 봅니다. (마황 에너지, 신라 컴퍼니가 맞나요? <FF7CC>를 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요^^;)

  외계인의 함선이 출항에 실패한다면 어땠을까요? 이는 물론 비커스나 크리스토퍼가 작전대로 체포되거나 사살됨을 뜻합니다. '감히 나쁜 짓을 하려 했다.'라는 이유로 외계인들을 향한 인간의 '비인간적인 행동'들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게 불 보듯 뻔하네요. 이제 보내 비커스는 정말 엄청난 일을, 엄청난 '역사'를 이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평 (스포 없음)

  외계인들이 왜 왔는지, 3년 뒤에 어떻게 될지 '해답'은 주지 않고 '문제'만 던져주는 <D9>는 저처럼 공상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너무 멋진 영화입니다. '확실한 결말'이 좋은 분들에게도,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적어도 '비커스 사건'하나는 확실하게 정리되니까요.
  비커스로 대표되는, 상위 계급에서 하위 계급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세상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이 고발되는 재밌는 '오락'영화입니다.
  피터 잭슨, 당신은 너무 멋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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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10/16 13:07 #

    소재와 장르에 상관없이 역시 영화를 지탱해나가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내러티브의 힘'입니다.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이 요소를 매우 잘 살려내고 있는 작품이네요. 이런 장르에서 참 오랜만에 수작을 만나본 것 같습니다.이런 소재와 장르는 대부분 블럭버스터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부어서 화려한 비주얼이 전달하는 쾌감에 연출의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일반적이였습니다.팝콘 영화의 ...... more

덧글

  • whitewnd 2009/10/16 14:08 # 삭제 답글

    와우. 광고만 보고는 마냥 오락영화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네요. 서로게이트나 와치맨과 비슷한 류~? 재미있을듯 합니다!

    마황? 저두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잘........
  • SilverRuin 2009/10/16 20:26 #

    <써로게이트>보단 진중하고, <왓치멘>보단 깔끔한 맛이 나는 영화입니다.
  • Hatter 2009/10/16 16:49 # 답글

    오. 문구가 참 인상적이라서 안그래도 볼 생각이었는데 재밌을 것 같네. 시험 끝나면 당장 보러 가야겠다.
  • SilverRuin 2009/10/16 20:26 #

    응 응 꼭 봐
  • 원생군 2009/10/16 23:25 # 답글

    오 한번 꼭 볼 가치가 있는 영화 같네요
  • SilverRuin 2009/10/17 14:22 #

    이래저래 평이 좋으니 꽤 오래 상영할 것 같습니다만, 청소년 관람불가라서 미묘하네요.
    너무 여유부리지는 마시길.
  • 고래돌이 2009/10/20 00:07 # 답글

    전 뭣도 모르고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집에와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혼자만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니더군요^^
  • SilverRuin 2009/10/20 02:02 #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이 좋다고 느끼는 작품이겠지요 :)
  • 도리 2009/10/20 22:58 # 답글

    이렇게 깔끔한 감상을 보게 되다니... (척) ... ㅠㅠ)b 역시 SilverRuin님이십니다.
  • SilverRuin 2009/10/20 23:00 #

    오랜만에 없는 필력 짜내면서 쓴 글인데 인기글에는 못 올랐습니다 ()
  • SilverRuin 2009/10/20 23:00 #

    그래도 도리님처럼 만족스럽게 읽은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저도 대만족입니다 :)
  • AP 2009/10/26 20:14 # 삭제 답글

    마치 리뷰를 보면 피터잭슨이 감독을 한 것 처럼 적어두셨는데.....
    피터잭슨은 영화의 제작자, 즉 돈을 대고 지원을 해준사람이지 감독이 아닙니다.
    감독은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닐 블룸캠프"라는 사람입니다.

    감독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비커스의 로맨스도, 지구의 운명이 아니라
    실제 남아공의 "디스트릭트6" 라는 곳의 인종차별과 정치적인 반목으로 인한 갈등과 차별 입니다.
  • SilverRuin 2009/10/26 22:44 #

    대부분의 분들이 피터 잭슨의 이름을 기대하고 가기에 그런 분들을 위해 피터 잭슨의 전작과 비교했을 뿐입니다.

    제작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꼭 그대로 들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AP님이 제보해주신 정보는 그리 많이 퍼진 정보는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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