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P.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 2009/10/09 00:00 by SilverRuin


  <아컴*1) 호러>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으스스한 도시 아컴에 들어간 조사자들이 힘을 합쳐 몬스터를 물리치고 이세계와 연결된 문을 봉인하며 고대 신의 부활을 막는 협력 게임이다. 스케일 대단한 게임 만들기로 유명한 FFG사에서 나온 <아컴 호러> 시리즈는 <아컴 호러 확장 : 더니치 호러>, <아컴 호러 확장 : 인스머스 호러> 등 총 여섯 개의 확장이 나온, 명실상부한 '협력 게임의 대표 주자'이다.
  게임 이름의 '아컴'에서 알 수 있듯이, <아컴 호러>는 SF공포 소설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의 여러 소설에 나타나는,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보드게임화한 것이다. 필자는 러브크래프트를 알았기에 <아컴 호러>를 재밌게 즐겼다기보단, <아컴 호러>를 더욱 재밌게 즐기고자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읽는 독자에 해당한다.

  *1) 보드게임계에서는 <아캄 호러>라는 명칭을 사용하나, 본 포스팅에서는 <러브크래프트 전집>에 사용된 표기법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 H. P. 러브크래프트

  스스로를 공포물이라 칭하는 작품 중에 단순한 놀래키기나 피가 튀는 고어만 가지고 공포라 우기는 작품이 얼마나 많았던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위에서 러브크래프트가 말한,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를 전달하고자 한다.
  데이곤, 니알라토텝, 크툴루, 요그-소토스, 아자토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하였고 그의 소설에 반복하여 나오지만, 그 정체는 '뭔가 굉장하고 굉장하며 굉장한 존재.' 이상의 객관성을 얻기 어려운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를 상징하며 우리를 덮치려 든다. 정보화 사회라는 미명 아래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너도 모르는 존재가 널 공포에 물들게 하리라.'라고 중얼거리는 그의 세계관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물론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결말이 불투명하고, 뭔가 확실하지 않은 것은 싫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싫은' 것들이, 사실은 내가 외면하는 공포일 것이다.

  한 편의 좀비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허버트 웨스트 - 리애니메이터>나 숨죽이고 읽는 재미가 매력적인 <인스머스의 그림자>, 러브크래트의 홍보대사(!)라 할 수 있는 크툴루에 관한 이야기 <크툴루의 부름>, 어둠의 마법이 휘몰아치는 마을의 공포를 다룬 <더니치 호러>등이 전집 1편에 수록된 소설들이다. 보드게임 <아컴 호러>에서 몇몇 고유명사만을 봐온, '러브크래프트 입문자'에 해당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1권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와 비슷한 시기에 전집 1,2권을 모두 읽은 형님이 2권에 수록된 <광기의 산맥>을 읽으면 이 내용이 정리가 된다고 하셨다.)

  <아컴 호러>가 사고 싶어졌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너무나 매력적인 세계관에 참가하여, 수많은 공포를 게임으로 경험하여 대리만족하고 싶다. 어서 2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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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3rdplanet 2009/10/09 01:53 # 답글

    서점에서 들었다가 놨다가..를 반복하다 읽다보면 왠지 무서워질 듯 하여 포기했었습니다.. 가만 보니 보드게임 '아캄 호러' 의 확장판들 이름이 단편 소설의 제목에서 왔군요.. 그렇담 그 내용도 해당 소설과 같은 내용일까요??^^.. 아무래도 게임을 즐겨본다면, 소설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듯 합니다.. (공포물은 영화든 소설이든 너무 무섭습니다..^^;;)
  • SilverRuin 2009/10/09 08:50 #

    <아컴 호러 확장 : 더니치 호러>에 나오는 요그-소토스의 자식은 소설 <더니치 호러>에서 따온 것이 맞습니다. 어느 정도 내용 일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더니치 호러>를 제외한 확장은 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 원생군 2009/10/09 23:19 # 답글

    러브크래프트..., 코즈믹 호러는 안 맞는지라..., 하지만 세계관이 나름 매력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드네요
  • SilverRuin 2009/10/09 23:45 #

    네크로노미콘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 whitewnd 2009/10/11 16:03 # 삭제 답글

    와우..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을 너무 많이 들어본 나머지 친숙하기 그지없군요.. ㅎㅎ;
  • SilverRuin 2009/10/11 19:54 #

    그만큼 환상문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거장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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