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보드게임 디자이너 중에 프리드먼 프리스(Friedemann Friese)라는 변태가 한 명 있습니다. (좋은 의미의 변태입니다.) 개인 퍼블리셔 2F-Spiele을 통해서 게임을 내는데, '녹색'과 'F'에 집착하기로 유명하죠. 특히 <파워 그리드 (Funkenschlag)>, <어두운 복도 (Finstere Flure)>, <생선, 담배, 고기 완자 (Fische Fluppen Frikadellen)>, 그리고 <유쾌한 친구들 (Fiese Freunde Fette Feten)*>로 이어지는 F, FF, FFF, FFFF의 F 시리즈가 유명하죠.
이 F 시리즈 중 1번인 <파워 그리드 (Power Grid ; Funkenschlag)>는 현재 보드게임긱의 게임 랭킹 3위에 올라간 작품으로, <아그리콜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푸에르토 리코>와 함께 나란히 1,2위의 명성을 지킨 명작 보드게임입니다.
여러분은 민영화된 전력 회사의 경영자가 됩니다. 하나의 도시를 공급하는 것에서 회사를 시작하여, 발전소를 늘리거나 교체하고, 다른 전력 회사와 경쟁해가며 전력을 다해 여러분의 전력 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FFFF의 제목은 '친구, 지방, 태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정확한 번역을 못 해서 영문판 제목인 <유쾌한 친구들>을 가져다 썼습니다.

이미지 출처 : 보드게임긱
<파워 그리드>는 게임이 끝났을 때 가장 많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만약 이 도시 수가 똑같으면 남은 돈이 많은 사람이 승리하고요.
그렇다면, 가장 많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넓은 전력망을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또 더욱 많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소도 갖춰야겠지요. 물론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자원도 구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전력망을 연결하고, 발전소를 구매하고, 자원을 구하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돈입니다. 적은 투자로 많은 전력을 공급하여 많은 이득을 얻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파워 그리드>는 투자와 회수라는, 철저한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제 게임입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전력 시장의 경쟁 속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 회사를 운영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많이 벌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도시의 수가 적을 때는 도시의 수의 차이에 따른 수입의 차이도 크지만, 도시의 수가 많을 때는 공급 도시 수에 따른 수입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가 먹히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또, 무작정 많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여 수입을 늘린다고 게임이 잘 풀리지는 않습니다. 각 라운드가 시작할 때마다 각 플레이어가 연결한 도시의 수에 따라 순서를 정합니다. 가장 잘나가는 도시의 수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턴 오더의 앞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 앞 자리가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발전소 경매에서 앞 등수는 그다지 유리한 위치가 되지 못하며, 또 자원 구입과 전력망 연결은 턴 오더의 뒷 등수부터 진행하기 때문에, 턴 오더의 앞자리를 차지하면 여러모로 게임이 피곤해집니다. 이처럼 유리한 플레이어에게 제약을 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정말 압도적으로 돈을 많이 벌지 않고선 단순하게 '높은 수입 = 승리'란 공식이 성립하진 않습니다.
턴 오더 규칙 외에도 발전소 경매, 도시 연결 방식 등 세세한 규칙들이 있지만, <파워 그리드>의 규칙은 한 번만 해보면 완벽하게 익힐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며 쉽습니다. 게임 구성물 역시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러나 게임 진행은 단순하지 않아서, 시장의 아주 미세한 변화에도 게임 전체의 흐름이 변합니다. 예를 들어 발전소 시장에 좋은 발전소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발전소를 사지 않아, 순간적으로 전체 경제 흐름이 잠시 멈추게 됩니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돈을 낭비하거나, 혹은 돈을 벌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경제 논리라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게임에 보드게임 특유의 '턴 방식'이 가미되면서, <파워 그리드>의 경제 구조는 전략의 결투장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경매와 투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짜릿한(*감전 아님) 줄다리기 한 판 어떠신가요?

<BSW에서도 서비스 중입니다.>
참고 글
보드게임긱의 <파워 그리드> 페이지
보드게임긱의 <파워 그리드> 이미지들 1 2 3
다이브다이스의 <파워 그리드 한글판> 상품 페이지
다이브다이스 질문 게시판에 Josh Beckett님이 쓰신 <파워 그리드와 펑켄슐락의 차이?>






덧글
부르마블같은 보드게임은 점점 잊혀지고있는것같네요..
보드게임 카페가 지금은 암흑기라서 찾는 사람만 찾더군요.
꾀나 종류가 다양하고 재밋는것도 많군요 .
사실 제가 리뷰하는 보드게임 대부분은 웬만한 보드게임 카페에선 보기 어렵답니다.
마작같은것도 어려워 보이구요 ㅎ
보드게임 중 중상위 게임을 무작정 어렵다고 느끼는 분이 많은데, 사실 배워보면 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 단지 잘 하는 사람들과 실력차이가 날 뿐이죠. (바둑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