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이후 팬이 되어버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 센티미터>는 어떤 장면도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쓸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미려한 화면과 뭉클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별의 목소리> 소설판을 집필한 키노 아라타의 <초속 5 센티미터 one more side>는 <초속 5 센티미터>를 원작으로 하되, 시점을 조금 달리합니다. 타카키의 관점이었던 '벚꽃초'는 아키라가 화자로, 카나에의 관점이었던 '코스모너트'는 타카키의 관점으로,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었던 '초속 5 센티미터'는 아키라와 타카키가 번갈아 나오면서 주관적으로 가깝게 묘사합니다. 이는 단순한 OSMU로 끝나는 것이 아닌, 소설판과 원작이 주는 감동이란 벡터의 방향이 달라지도록 합니다. <별의 목소리> 소설판은 열린 엔딩을 행복한 닫힌 엔딩으로 연장해 나갔다는 점 외에는 더 깊은 재미를 느끼기 힘든 단점이 있었는데, <초속 5 센티미터> 소설판은 아주 마음에 드네요. 아무래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디비디와 소설판도 사야겠습니다. (<별을 쫓는 아이>도 소설판이 나올까요?)
책 구성도 아주 좋아요. 비닐 포장을 뜯으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책 커버가 독자를 반깁니다. 그리고 글씨는 전반적으로 눈이 편하도록 연한 갈색이나 자색, 청색을 쓴 점도 마음에 듭니다. 다만 흑백 인쇄가 아니라 그런지 몇몇 페이지는 색의 명도가 좀 다르게 나와서 아쉽더군요.
번역은 직역에 가깝습니다. 보통은 책가방이라고 옮길 란도셀을 그대로 둔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실 의역과 직역은 취향의 차이니까 뭐라 할 부분이 아니죠. 이 부분은 저로선 오히려 취향에 가까웠습니다만, 딱 한 군데,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군요. 일본어에서는 '~ 시대'를 우리말의 '~ 시절'의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 소녀시대를 한자로 그대로 일본어로 쓰면 '소녀 시절'이란 의미가 되는 식으로. 그런데 이 시대를 그대로 옮겨서 '소녀 시대', '학생 시대'란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잘못 옮기기도 쉽지 않은 부분인데, 읽다가 황당했습니다.
원작을 재밌게 봤지만 굳이 소설까지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시는 분이 많으실 텐데, 소설은 소설만의 색다른 재미가 있음을 감히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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